2021.12.02 Thur 8:00pm
최초의 마지막 새벽
‘세계가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경고가 작은 목소리로 들려온 것은 기원전서부터이다―여기서 말하는 ‘세계’는 총체이다―. 또한 통찰력 있는 여러 사람이 큰 목소리로 그 경고를 외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여러 세기 전이다. 그러나 바뀐 것은 오직 현상뿐, 살아있는 것은 오직 개인의 숭고한 영혼뿐, 총체로서의 세계에 나아진 것은 없다. 세계는 여전히 변증법 속에서 멸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성취되지 않았다면, 세계를 ‘멸망 중’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실 세계는 멸망 중인 것이 아니라 이미 멸망한 것이 아닌가? 일일이 열거하기도 구차한 21세기 부조리는 몽매적 상대성에 힘입어 안개와 같은 속성을 지닌다. 더는 극적인 사태나 가시적인 외상外象은 없다. 현대의 멸망은 사건이 아니라 상태의 모습을 띨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세계가 ‘상태로서의 멸망’에 이미 처해있다는 인식에서 「최초의 마지막 새벽」은 출발한다.
스피노자의 오래된 격언은 멸망을 시점時點으로 전제하므로 이제 유효하지 않다. 사과나무를 심을 수 없다면, 인간―정신의 최전방을 자처하는 예술가는 이미 멸망되어있는 세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그 대답은 명료하며, 우울하지도 않다. 예술가가 할 일은 ‘어딘가로의 전진’이 아닌 ‘근원으로의 전진’이다. 윤형輪形의, 비선형적 시간에 대한 지각. 그 시간관 안에서 멸망은 절망과 희망 등의 양립을 초월한 일종의 ‘선험성’으로 체험된다(이미 주어져 있기 때문). 예술의―특히 음악의―기원이 종교적 제의祭儀라는 사학적·문화인류학적 사실에 따라봤을 때, 이 선험성이야 말로 초유이자 최종의 제의를 불러일으키는 무엇이다. 침몰하는 배 위 악사들의 제의. 그들은 멸망을 멈춰달라고 빌지 않는다. 다만 멸망 자체에 대한 진혼곡을 부를 뿐이다. 「최초의 마지막 새벽」은 멸망되어있는 세계에서 최초(과거)의 마지막(미래) 새벽(현재)을 노래하는 진혼곡이다.
「최초의 마지막 새벽」은 새로운 균형 지점에서 발생한 즉흥연주로 구성되어있다. 작곡된 소절과 제목으로 이미지를 설정하고 이를 연주와 동시에 재조합하는 기존의 즉흥연주 기법은 현대 즉흥연주의 가장 큰 축이며 구성과 즉흥을 중용하는 효율적인 지점이지만 설정된 이미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순간의 의식’을 최대로 반영하는 방식은 아니다. 이에 대한 길항근인 자유즉흥연주는 ‘순간의 의식’ 을 최대로 반영할 순 있으나 연주자가 품고 있는 ‘저변의 무엇’, 즉 ‘순간과 독립된 더 근본적인 의식’을 반영하는 방식은 아니다. 백종현은 ‘저변의 무엇’과 ‘순간의 의식’을 모두 반영하는 즉흥연주를 개발하기 위해 ‘속성 자기암시’와 같은 음악 외적인 정신기법을 비롯하여 ‘아주 작은 단위 모티브’ 따위의 음악적 기법 등 독자적인 수단들을 연구하였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최초의 마지막 새벽」을 통해 그 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Guitar 백종현
* 예매 (학생할인 20,000원 예술인패스 25,000원 일반 30,000원)
* 현매 (학생할인 25,000원 예술인패스 30,000원 일반 35,000원)
* 현매 (학생할인 25,000원 예술인패스 30,000원 일반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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