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이 & 이준삼 : ㅈㅅㅇㅈㅅ’ 리뷰

음악비평 동인웹진 ‘청각의 사유’에 9월 2일 게토얼라이브에서 열린 ‘전송이 & 이준삼 : ㅈㅅㅇㅈㅅ’ 리뷰가 실렸습니다. 알찬 리뷰를 작성해주신 김현준 PD님께 감사드립니다.

게토얼라이브 유튜브 채널에서 이 날의 공연 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베이시스트 이준삼과 보컬리스트 전송이. @ Ghetto Alive


베이시스트 이준삼은 재즈계의 낭만주의자다. 작곡 스타일과 무대를 대하는 태도, 뭔가를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눈빛, 모두를 함축한 표현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넓은 감성을 어필하면서도 로맨틱한 정서가 담긴 곡을 의뢰해야 한다면, 이준삼은 첫손에 꼽힐 소수의 작곡가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그의 리더작이 하나뿐이란 사실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그가 근년 들어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보컬리스트 전송이와 듀오 연주를 벌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나는 이준삼이 지난겨울 토해낸 진지한 고백 하나를 떠올렸다. “보컬리스트와의 듀오 작업을 벌여나가고 싶다.” 스스로 찾아낸, 아니 만들어낸 과제에 대해 나는 적극 지지했고 큰 기대를 품었다.

 

김광석의 노래를 커버한 것만 제외하면, 공연에서 연주된 모든 곡은 이준삼의 것이었다. 삶에서 마주친 단상에서 비롯된 짤막한 모티프들. 재즈에서 작곡의 상당수가 그러하듯, 그는 함께한 이의 상상력을 도구 삼아 무대 위에서의 연주를 통해 자신의 곡을 완성해나갔다. 직접 확인하진 못했으나, 그가 공연을 위해 들고 온 악보들은 결과물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단출한 형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티프들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연주자가 아니어도 한 번쯤 이를 바탕 삼아 이야기를 풀어내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할 만큼 힘 있는 곡들.

 

전송이는 매우 설득력 있는 ‘대응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솔로라는 말보다 ‘즉각적 해석’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그녀는 이 해석을 통해 쉼 없이 이준삼을 자극했고, 두 사람은 작정이라도 한 듯 일말의 거스름 없이 적극적으로 서로를 보완해가며 만족스러운 앙상블을 이루어냈다. 전체적인 연주가 꽤 직관적인 흐름에 의존했는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이 정도의 연주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클래스의 재즈 공연이었다 해도 과찬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공연은, 성과 만큼 큰 숙제를 이준삼에게 떠안겼다. 핵심은 이준삼의 작곡이었는데도, 무대의 높은 성취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전송이와의 듀오였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두 사람만의 프로젝트로 꾸준하고 정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면 모를까, 이준삼은 이제 자신의 곡을 기대 이상의 해석으로 풀어낼 수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찾아 새로운 방황을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느 스탠더드 곡들을 보면대에 걸어둔 채 무난하고 빤한 무대를 반복해서 꾸리기 위해 이 ‘매혹적인 역경의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아니지 않은가. 과연 해결책이 있을까.

 

누구와 협연하더라도, 함께한 이가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더 풍부한 상상력이 내포된 곡을 써내야 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그런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만한 ‘프로듀서’로서의 능력 또한 반드시 요구될 것이다. 그리하여, 곁에 선 보컬리스트가 누구인지에 따라 공연의 성과와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난제를 스스로 떨쳐버린 채 무대에 올라야 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이를 결정짓는 주체가 이준삼 자신, 혹은 이준삼의 작곡 그 자체여야 한다는 뜻이다.

 

듀오의 미학을 얘기할 때, 진정 뛰어난 연주자는 곁에 선 이의 음악성을 한 단계 끌어올려 더 높은 수준의 음악을 ‘함께’ 일군다. 서로 갖고 있던 것을 더해 ‘1+1=2’의 결과를 만드는 건 기본만 탄탄하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 물론 상당수가 ‘1+1=1’이라는 오류를 범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건 ‘1+1=3’일 수도 있는, 아름다운 예술의 체험이다. 이준삼이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두 번째, 세 번째 무대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 황홀한 고심의 시간. 그런데 이 자학의 카타르시스도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모든 게 그놈의 뛰어난 작곡 실력 덕분이다.



김 현 준 (재즈비평가, 공연기획자, 프로듀서)

jazzwork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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